형사 고소를 위해 속기사무소에 통화녹음 녹취록을 의뢰해 보았다.

인생에는 정해진 길이 없다. 고소, 소송과는 거리를 두고 살고자 했지만 상대가 눈 앞에서 거짓과 위선과 허풍으로 잽을 날리는데 가만히 있을 수 없지. 지난 금요일, 형사 고소를 위해 속기사사무소에 의뢰하여 녹취록을 작성해 보았다. 내가 의뢰할 녹취록은 통화녹음 2개, 총 길이는 약 8분이다. 피고소인의 불법적 행위에 대하 증거를 담고 있는 녹음이다. 녹취가 무엇인지는 아래 링크를 통해 나무위키의 글을 참고하자. ─ 녹취에 대한 나무위키 글 링크

상대방과의 대화 내용이나 통화 녹음을 형사 고소/고발, 민사 소송 증거로 사용하기 위해서는 녹취록을 작성해야 한다. 이 때 그냥 내가 귀에 이어폰 꽂고 워드로 작성하면 되느냐? 당연히 안된다. 신빙성이 없기 때문이다. 중요한 문서에는 공증을 하는 것처럼 법적으로 유효하기 위해서는 꼭 공인받은 제3자, 속기사를 거쳐야 한다. (증거라고 녹취 파일을 USB에 담아 가지고 가지 말자)

네이버와 구글을 통해 속기사사무소를 검색했더니 꽤 많은 검색결과가 나왔다. 수수료는 대부분 비슷했다. 총 길이 8분의 짧은 통화녹음은 7만원이었다. 파일이 복수라도 전체 길이를 합한 것으로 수수료를 책정한다. 5분 이하는 4만원이다. '전화 통화는 용건만 간단히'라는 말이 왜 나왔는지 이해할 수 있었다.

나는 여러 사무소 중에서 경청속기사무소에 의뢰했다. (여기서 잠깐, 혹시나 해서 말하지만 절대 광고료 받고 쓰는 포스팅이 아니다)  의뢰는 온라인을 통해 간편하게 이루어졌다. 상단의 요금표/접수하기 메뉴의 하위메뉴로 '온라인 접수' 메뉴가 있다. 간단하게 인적정보와 녹음 파일에 대한 정보를 입력하고 통화녹음 파일을 업로드하면 된다. 5분도 안걸렸다.

약 1시간 후에 직원분께서 확인 전화를 주셨고, 수수료와 계좌 정보를 알려주셨다. 나는 사업자이기 때문에 부가세까지 납입하였고, 사업자등록증 사본을 보내드려 세금계산서까지 발급 받았다. 그리고 다음 날 메일 주소로 초안이 왔다. 초안을 읽는데 괜히 다시 한번 피고소인이 될 놈에 대한 분노가 치밀어 올랐다. 모니터를 박살내버리고 싶은 마음을 뒤로하고 수정 사항을 체크해 다시 보내드렸다. 그런 후 이틀째 되는 날 위 사진과 같이 등기가 왔다. 신청부터 받는데까지 주말을 포함해 6일이 걸렸다. 주말이 끼지 않았다면 3~4일이면 받았을 것이다. 참 빠르다.

이런거 처음 받아 본다. 아마 이 글을 보는 사람들은 대부분 이런거 처음 받아 볼 것이다. 녹취록을 수령하면 PDF로 스캔하고 사본을 만들어 놓을 생각이었다. 막상 받아보니 그럴 필요가 전혀 없었다.

이 얼마나 아름다운가... 녹취록은 녹음 파일 별로 2부씩 왔다. 하나는 각 파일별로 1부는 제본이 되어있어서 이건 증거자료로 제출을 할 때 사용하면 되는 것 같다. 다른 1부는 일반 사무용 집게로 묶여 왔다. 게다가 녹취록 PDF 스캔본과 녹음 파일이 CD로 구워져 동봉되었다. 편리하다 못해 감탄을 했다. 이런거 처음 받아보니까... (부디 처음이자 마지막이길 빈다)

이렇게 각 장에는 사무소의 도장이 찍혀있다. 공증의 의미이자 증거자료로 쓸 수 있다는 확인이다.

가능하면 고소니 소송이니 하는 일은 없는 편이 좋다. 그러나 상대방의 행동으로 인해 피해를 입었고 앞으로도 입을 것이 뻔한데 인생 복잡해지기 싫어서 가만히 있는 것도 바보같은 일이다. 조금 섬뜩하지만 트위터로 알고 지낸 분께서 해주신 주옥같은 말씀이 하나 있다. '남 인생 망치고 싶으면 니 인생 먼저 망가질 각오해라'. 나는 이 말을 적어도 선빵은 치지 말자는 뜻으로 해석했다. 하지만 선빵을 맞았다면? 어쩔 수 없는 거지뭐... 아무쪼록 이 글을 보는 분들 모든 일이 잘 해결되길 빈다.

P.S. 친절하게 응대해주신 경청속기사무소 속기사님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