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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충북 단양 소백산 기슭의 구인사(救仁寺)에 다녀왔다.


구인사는 충북 단양 소백산 기슭에 자리잡고 있다. 대한민국에서 가장 큰 절로 알려진 구인사는 대한불교천태종의 총본산이며, 천태종의 중창조인 상월원각대조사로부터 시작된 절이라고 한다. '천태종 사찰에 가본 적이 있었나?' 생각해보니 없었던 것 같다. 내가 알고 있는 사찰의 모습과 분위기는 대부분 조계종 사찰이다. 어떤 차이가 있을지 궁금했고 자연스레 이 부분에 초점을 맞추며 둘러보게 되었다.


차량을 타고 오면 넓은 주차장과 마주치게 된다. 주차비는 3,000원. 토요일 이른 시간이었는데도 거의 꽉 차 있었다. 위 사진은 구인사로 올라가는 길 왼편에 위치한 박물관이다. 사찰의 모습을 하고 있어서 이 건물이 구인사인 줄 알았다. 첫 방문일 경우 착각하는 분들이 꽤 있을 것 같다.


구인사 주차장의 주차 관리소 모습. 주차 관리인은 없고 오래된 카세트가 하나 놓여있어 사진을 찍어 보았다. 전원이 연결되어 있는 것을 보니 사용하고 있는 것 같다.


박물관의 반대편으로는 큰 그네가 있다. 그리고 그네 뒷편으로는 식당가가 위치해 있다. 모든 식당들이 '여섯시 내고향'과 같은 TV 프로그램에 나왔다는 간판을 걸어놓고 있는데, TV에 안나온 식당이 없어서 발길이 쉽게 닿지 않는 아이러니한 식당가였다.


주차장에 내려서 구인사 입구까지는 셔틀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아쉽게도 구인사 입구에는 공영 터미널이 있어서 올라가는 것은 운행을 하지만 내려오는 것은 운행을 하지 않는다고 한다. 아마 버스 회사와의 마찰을 의식했거나, 실제 마찰이 있었기 때문인 것 같다. 거리가 약 800m밖에 되지 않고, 도보를 이용해도 10분이면 올라갈 수 있기 때문에 날씨만 허락한다면 좋은 공기를 마시며 걷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곳이 공영 터미널이다. 절 입구에 공영 터미널이 있다는 사실이 신선(?)했는데, 국내 최대 사찰이며 불교 2대 종파인 천태종의 총본산이라는 생각을 하면 고개가 끄덕여지기도 했다. 관광 측면에서도 지역에 큰 공헌을 하고 있을테니 말이다.


덕분에 서울에서 올때에는 자가용이 없더라도 동서울터미널을 이용할 수 있다. 동서울터미널에서 구인사 가는 버스에 대한 정보는 이 곳(동서울터미널 예매정보)을 눌러 확인할 수 있다. 약 3시간 소요된다고 한다.


이곳이 진짜 구인사 입구다. 산 정상부터 아래까지 계곡 하나가 모두 사찰이다. 그때문에 사찰 곳곳을 살펴보기 위해서는 계속해서 오르막길을 올라야 한다.




사찰의 건물은 좁은 길을 중심으로 좌우로 들어서 있다. 종교가 불교가 아닌데다 지식도 많지 않아 건물(이라고 표현하는 것이 맞는지도 의문이다) 하나하나가 어떤 기능, 역할을 하는지 잘 알 수 없었다. 한글로 적힌 현판이나 건물 안의 어떤 사람들이 있는지를 보면서 미뤄 짐작할 뿐이었다.


약수가 흐르는 곳이 있어 마셔 보았다. 불교에서는 '공양수'라 부르나 보다. '공양수이오니 소중한 마음으로 드세요'라는 푯말이 보인다. 소백산에서 흐르는 물이라는 생각하니 괜히 더 맛있고 시원하게 느껴졌다.


'이 세상에 내것이 어디있나 사용하다 버리고 갈뿐이다' 상월원각대조사의 설법 중에서 인용한 것이라 적혀있다. 종교, 종교인에 대하여 다소 회의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는 나에게는 새삼 모순적으로 다가오는 말이었다. 계곡 하나를 모두 차지하고 들어선 현대식 불교 사찰에 놓여있는 무소유에 대한 문구. 서초역 앞 거대한 성전에 대형 수입차들이 들락날락하는 모습을 보는 것보다는 한결 마음이 가볍긴하다.


구인사는 1945년 초가로 시작했다. 그러다 1966년 현대식 콘크리트 건물로 개축을 했는데, 그 때문에 역사가 오래된 목조식 절에 익숙한 사람들(나를 포함해서)에게는 이질적인 면이 있다. 위 사진 처럼 절의 여기저기에 스테인리스 구조물이 설치되어 있고 그 위를 투명 아크릴이 덮고 있다. '비가 내리면 비를 맞고, 눈이 내리면 눈을 맞으면 되지 않나?'라는 생각이 내 머리를 스쳤다.


공사는 여기저기서 계속되고 있었다. 그렇지 않아도 콘크리트로 지어진 절이라 전통적인 불교 사찰들이 지향하는 '자연과의 어울림'에서 동떨어진 모습을 하고 있는데, 점점 더 멀어져 가고 있었다. 사찰을 방문하는 내내 아쉬웠다. 비는 하늘에서 땅으로 떨어지고, 사람은 이를 맞으며 살아가는 것이 부처가 이야기하는 섭리와 괘를 같이하는 것 같은데, 왜 사찰의 모든 길에 처마를 설치하고 있을까.



처음으로 사찰의 공양밥을 먹어 보았다. 구인사의 공양시간은 동절기 기준, 아침 6시 30분부터 7시 30분까지, 점심은 11시 30분 13시까지, 저녁은 17시 30분에서 22시까지다.



1시가 가까워진 시간에 갔는데도 꽤 많은 분들이 식사(라는 표현을 써도 되는 건가?)를 하고 있었다. 구인사에는 관광객과 스님 외에도 봉사와 수양을 하며 장기간 합숙하는 일반인이 많다고 한다. 재미있는 것이, 내가 생각했던 공양밥(TV에서 본)은 양념이 거의 되지 않은 자연 그대로의 모습이었는데 구인사의 공양밥이 반찬은 아주 짰다. 입맛이 예민한 편이 아닌데 국도 조금 짜게 느껴져서 기존에 내가 가지고 있던 공양밥과는 거리가 멀었다. 나중에 알고 보니 모두 구인사에서 직접 만들어 자연 발효, 숙성시킨 간장과 된장 등을 사용한 것이라고 한다.


광명전 옥상에서 내려다본 사찰의 모습이다. 하늘이 조금 더 맑았다면 좋았을텐데 아쉬웠다. 올라오는 내내 오르막길이라 답답했는데 높은 곳에 올라 풍경을 내려다보니 기분이 좋았다. 




광명전 옥상에는 대조사전이 위치해 있다. 대조사전은 1992년에 공사를 시작해 2000년에 완공하였다. 신응수 대목장, 오세필 기와장 등 전통 건축의 장인들의 솜씨가 녹아있는 건물로 겉면은 모두 금박 단청을 입혔다고 한다.


사찰의 큰 스님(주지스님)이 머무는 곳이라고 한다. 멀리서 렌즈의 힘을 빌려 촬영해 보았다.


아름다운 사찰 풍경을 담고자 하면 여기저기서 스테인리스 구조물과 아크릴 처마가 렌즈에 걸려 아쉬웠다.



사찰 곳곳에는 된장이나 간장을 보관한 거대한 장독대가 많이 보인다. 공양밥의 반찬들이 짰던 이유는 이렇게 정성과 시간을 들여 만든 간장과 된장 맛이었다. (그래도 조금만 덜 짜면 건강에 좋을 것 같기는 하다)



스테인리스 구조물이 보이지 않으면 카메라를 들었다. 하지만 사찰 벽면의 현대식 샤시와 창틀은 나같이 관광을 위해 구인사를 찾는 사람들에게 아쉬운 부분인 것 같다.


사찰 그 어디서도 향 냄새를 맡을 수 없었다. 이 점에 대해서 함께 갔던 아내와 오랜 시간 이야기했는데, 우리 둘 모두에게 새로운 경험이었다. 위 사진은 설법보전의 사진인데 이 앞서만 유일하게 향로를 볼 수 있었다. 천태종의 교리와 관련된 것인지 구인사만의 특색인지는 알 수 없지만 총본산인 만큼 다른 천태종 사찰도 같지 않을까 생각되었다. 다음에 다른 천태종 사찰을 방문하게된다면 유심히 살펴봐야겠다.



P.S. 구인사를 둘러보며 더 많은 생각을 했지만 천태종과 구인사에 다소 비판적인 내용이라 블로그엔 적지 않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