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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식

시대유감, 주식에 대한 오해

주식의 가격은 기업의 가치를 반영하는 것이라 오해하고 있었다. 세계적인 유동성 확대로 기업의 가치와는 무관하게 치솟는 주가를 보며 '세상이 이렇게 쉬운 거였나?'라는 허탈감이 든다. 적자생존이란 말은 현대 기업 생태계에는 더이상 통용되지 않는 듯 하다. 금융업은 말할 것도 없고 일부 경쟁력 없는 기업들도 무한에 가깝게 공급되는 공짜돈에 의해 유지되고 있다. 미래에는 정책과 세금에 의지하는 기업이 더욱 늘어나겠지.

 

경제학과 자본주의는 코로나 사태로 가보지 않은 길로 접어들었다. 돈을 풀어 부양된 경제는 얼마나 갈 수 있을까? 소비로 이어져야 할 돈은 주식은 물론 원자재, 부동산 등 모든 자산의 가격을 끌어 올리고 있다. 높아진 자산 가격은 기업의 내재 가치와는 무관하게 장부의 숫자를 크게 만든다. 명확한 버블을 그 누구도 버블이라 말하지 않는다.

 

상대적으로 선택권이 많은 사람들은 역시 부자들이다. 기존의 자산 가격은 더 치솟았고, 누구보다 쉽게 공짜돈을 빌릴 수 있게 되었다. 그럴 수록 이번 쇼의 끝은 어떤 모습일지 궁금해진다. 역사적으로 마지막 폭탄을 드는 것은 항상 나와 같은 일반인들이었다. 뒤늦게 투자에 뛰어든 사람들, '더 오를 것'이란 희망에 중독되어 매수, 매도를 반복하는 사람들, 아파트 값이 더 오를 거라며 부동산을 전전하는 사람들.

 

초등학생이던 나는 지폐의 제조 과정을 배우며 '한국조폐공사에서 돈을 찍어내 전 국민들에게 100만원씩 나눠주면 다같이 부자가 될 수 있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다. 경제는 물론 인플레이션에 대한 기본적인 개념도 없던 시절이었기에 할 수 있는 생각이었다. 이미 금본위제가 폐지되고 수년이 지난 때였지만 그 생각은 확실히 비상식적인 것이었다.

 

혼란스럽다. 앞으로 자본주의는 어떻게 흘러갈 것이며 치솟은 자산은 언제, 어떻게 제자리로 돌아갈까? 만약 그 흐름이 과거와 같다면 정책 당국자들은 대체 무슨 생각인 것일까? 인플레이션은 예상보다 더 일찍 문제가 될 것이다. 주식과 부동산이 재화나 서비스를 생산하지 않는다. 금과 은이 노동자를 고용해 급여를 지급하지도 않는다. 세계 경제가 돈 놓고 돈 먹기로 흘러간다. 나만 공포를 느끼는 것인가?

 

오늘도 미국의 3대 지수는 뚜렷한 이유없이 상승했다. 한 메이저 경제신문 논설 위원은 TV에서 현 상승은 이유있는 것이라며 비관론자들을 질책한다. 왜 상식적인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비관론자가 된 것일까? 국내 증시 또한 당연한 수순처럼 그 바통을 이어받아 상승으로 출발했다. 미국 시장 상승에 배팅하고 종가 매수를 한 사람들이 2%의 수익을 보고 주식을 매도한다. 참 쉬운 요즘이다.